그건 어떤 장소에 대한 이미지로서, 그것이 개인적인 역사의 부분이었는지, 그저 순간의 이미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.

우선 무덤가에처럼 잔디들이 자라있고, 폐허 속의 질서 없는 탑처럼 뭔가 세워져 있는데, 공사장에서 시멘트에 섞기 전에 모래 속 제법 큰 돌들을 거를 때 쓰는 철망 같은 것들이 상단의 네 면을 가리우고 있다. 아이들이 방심하며 놀던, 누군가 버려두고 간 차가 전소해 버린 잔해가 속해있는 풍경처럼, 비를 맞고 말랐다가 다시 비를 맞고 마르기를 반복한 쉽게 바스러지는 값싼 나무 판자들과 거기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더이상 단순히 무엇의 부분이었다고 말 할 수 없는 상태를 가지게 된 널부러진 조각들. 비가 왔던 것은 판자들이 덜 마른 흙 속에 부분 박혀있었기 때문에. 이 부분에서 혼란스러움이 시작됐지만, 그곳에서 나는 냄새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. 먼지 냄새 비슷한 장소의 고독 같은 것. 절 터인가 싶었지만 굳이 더 알고 싶지는 않았다.
그러나 그 부자연스러운 기억의 냄새가(혹은 냄새의 기억이) 자연스럽다고도 느껴진 것은, 하루가 마치 불 켜진 부둣가의 횟집들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어 놓은 것처럼, 비뚤지만 둥그런 모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, 그리고 어떤 의미로, 걸친 것을 모두 벗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기 때문에다.
Posted by Flutter :